본문 바로가기

[책] 인간실격(人間失格)

by 마스터누누 2017. 6. 27.
728x90
반응형

인간실격(人間失格)




일본인의 특성중에 혼네와 다테마에 라는 것이 있다. 혼네는 본심이고 다테마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말한다. 즉,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내려오는 문화라고도 할수 있는 혼네와 다테마에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특유의 절대적 계급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추측이있다. 이 때문에 서양인은 일본인을 보며 겉과 속이 다르다고 생각할때가 있다.


그러나 이는 비록 이웃나라인 일본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국도 체면치레, 겉치레와 같은 말이 있듯이, 가끔 겉과 속이 다른 듯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상황에 따라 어쩔수 없이 그럴때도 있지만, 비슷하게도, 수직적 계급 체계에 의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국 사람이니만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행동할때가 있는데, 때문에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요조가 하는 연기는 혼네와 다테마에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찌보면 같은 맥락일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은 3장의 서로 다른 사진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연스럽지 않은 웃음을 띠고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유년기와 훤칠하고 미남형이지만 이 또한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청년기 사진. 그리고 나이를 짐작할 수 없고 표정이나 특징 따위도 없는 마지막 사진이다. 이 사진은 책의 주인공인 요조로써, 이 후에 요조의 수기를 통해 소설이 이어지게 된다.


소설은 총 사진과 같이 3개의 수기로 나뉜다. 첫번째 수기는 유년기의 이야기이다. 요조는 소위 말해 있는 집 아들로 태어났다. 천성이 소심하고 남을 거스르지 못했던 요조의 가장 큰 고민은 인간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말도 걸지 못하고 이야기를 할때마다 속이 거북한 느낌을 받았던 그가 낸 최후의 방법은 익살이었다. 인간을 이해하고 그 무리에 섞여서 잘 살아가기위해서 익살을 통해 '인간다운' 연기를 한다. 때문에 그 연기를 들키는 것이 마치 뒤에서 칼을 맞는것 처럼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두번째 수기로 넘어가며 학창 시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여전히 익살을 통해 연기하던 그의 모습이 거짓이라고 처음 지적한 친구가 나온다. 자신의 모습이 들킨것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익살을 실제로 믿게하기위한 노력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매개체가 나오는데, 바로 그림이다. 고흐의 그림과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보며 친구 다케이치는 '도깨비 그림'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색체와 기법을 뒤로 한채, 본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그 모습에 흥분하여 요조는 "나도 그릴 거야. 도깨비 그림을 그릴 거야. 지옥의 말을 그릴 거야"라고 한다.


그림은 요조가 연기하지 않고 처음으로 본성을 드러내게 만드는 매개체였다. 때문에 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을 꺼려했다. 그래서 미술학교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자신을 관리로 만들기위한 아버지의 계획에 말대꾸라곤 전혀 못하고 순순히 따르게 된다. 그렇게 도쿄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 하던 중 화방에서 호리키라는 미술 학도로부터 술과 담배와 창녀와 전당포와 좌익 사상을 배우게 되었다.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유리되어 갈피를 못잡는 점에서 동류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순수했던 요조를 타락의 길로 이끈다.


세번째 수기는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호리키에게 배운 것들, 좌익 사상이라던가, 여자라던가 하는 것들은 본인이 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에 적응하기위한 '연기'로 인해 자신을 발목 잡게 된다. 학교도 빠지고 돈도 부족해진 그는 친가에서 절연당하며 여자들의 집을 전전하게 된다. 결국 춘화나 삼류 만화로 벌이를 하다가 알콜 중독에 걸리고, 심지어는 모르핀에 빠진 요조는 결국 정신 병원에 들어가게된다.그리고 마지막, 친가에서 마련해준 시골집에서 의욕도 없고, 힘도 없는 모습, 27살이지만 40이 넘어보이는 처량한 모습으로 인간 실격이라고 이야기하며 수기는 끝을 맺는다.





요조의 시작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그리고 끝은 실격 당한 인간이었다. 후기에서 술집 마담이 이야기하듯이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하느님같이 착한 사람이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걸까. 그리고 그가 인간 실격인게 맞는 것일까 아니면 그를 비참하게 내몰았던 인간 사회가 실격된것일까. 우리는 살면서 가끔 사회에 대한 괴리감을 느낀다. 요조와 같이 극단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예컨데 '내가 더럽고 치사해서 참..' 하면서도 자신의 속마음을 감춘다.


사람은 순수하지만 삶은 깨끗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장에서 막 가공된 태엽이 기계안에서 돌면서 기름때를 만난다. 그렇게 큰 사회를 유지해 갈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말해 '때가 꼈다'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 융화되고자 애썼던 주인공이 결국 삶에 배반당해 인간 실격자가 되는 것은 현대판 비극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이 짧아도 어려운 부분,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시나 여러번 읽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읽어도 내가 명확히 느끼는 주제가 없어서 횡설 수설한 것같다. 그 만큼 어려운 책이기도 하겠거니와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과 암울한 성격에 공감하기가 조금은 힘들지 않았나 싶다. 한가지 분명한 건 전쟁 후에 쓰여져서 그런지 몰라도 확실히 암울한 성격이 많이 묻어나온다는 것이다. 정말 우울한 날 보는건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act Native - TODO 개인 프로젝트 후기  (0) 2018.12.08
[일상] 새 프로젝트 시작!  (0) 2017.06.30
[책]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 2017.06.25
[책] 맥베스(Macbeth)  (0) 2017.06.20
[일상] 학교 돌아다니기  (0) 2017.06.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