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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마스터누누 2017.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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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이터널 선샤인, 배트맨 다크나이트,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가 그러했다. 처음에는 무슨말을 하려하는지, 줄거리 파악도 힘들다가, 세월이 지나 아는게 조금씩 쌓이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던것들이 서서히 들어온다. 가끔 음악에서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한다. 노랫말을 제대로 듣기도 어렵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메인 보컬의 목소리에서 백업 베이스, 드럼의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려온다.


장황하게 서두를 시작한 것은, 사실 책을 읽었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줄거리조차 아귀가 들어맞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뭔가 글씨는 많은데 머리속에 들어갔다가 줄줄 샌 느낌이다. 프라하의 봄이나, 니체의 회귀 사상, 사랑 등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너무도 많아서 문장들이 해일처럼 들이 닥친다. 한줄 한줄 빡세게 읽어볼까 하다가 경험이 부족해서, 지식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하고 흘러가듯이 읽었다. 읽는 것이 일이 되어버리면 그나마 잡고 있던것 마저 놓치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그나마 이해한 것들 한줌을 모아서 느낀점을 적어야겠다.


이 책은 제목에서 부터 철학적인 향기를 풍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끊임없이 존재에 대해서 탐구하고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통해 영혼은 계속해서 성숙해지지만, 존재론적인 물음에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존재를 언급하는 제목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책을 펼치면 거부감은 더욱 크게 일어난다. 소설이랍시고 펼쳐들었더니 첫 장부터 난해한 내용들이 빼곡하다. 그렇지만 어느 장이나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바로 무거움과 가벼움이다.






작중에는 4명의 메인 등장인물이 나온다. 특이한 것은, 4명의 등장 인물이 모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성격은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극과 극이다. 책을 읽으면서 두 극은 가벼움과 무거움으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우선 의사라는 직업과 부인이 있지만,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과 동침하며 사랑을 찾아나서는 토마시와, 예술가라는 직업으로 자유 분방한 성격으로 이곳 저곳을 떠도는 사비나는 가벼움쪽에 치우쳐 있다. 반대로 토마시와 마찬가지로 부인이 있고 사비나와 불륜을 저지르고 사비나에게 깊이 빠진 고지식한 프란츠와 토마시의 정부이자 자신 이외의 여자에게 질투가 심하고 운명론자인 테레자는 무거움 쪽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이 처럼 극과 극으로 나뉘다보니 그 입체성은 더욱 뚜렷해 보인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사랑이라는 주제는 무거움과 가벼움으로 대표되는 두 남녀 커플을 대상으로 한다. 바로 프란츠와 사비나, 토마시와 테레자이다. 


이 친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잠시 뒤로 미루고, 한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생각해보자. 무거움과 가벼움이 삶, 사랑, 때로는 성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또는 이를 바라 보는 관점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삶에 대한 관점이 다른 사람끼리 만난다면 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소설은 이에 대한 질문을 두 커플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결론은? 행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토마시는 시골에서 테레자를 만나고 프라하로 돌아와 가정을 꾸린다. 그런 사이에도 끊임 없이 여자들을 만나고 권태감으로 테레자와의 생활이 덜컹이며 위태롭게 굴러간다. 그러나 토마시는 자신이 낸 칼럼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을 잃고 유리창 청소부가 되고, 청소부에서 다시 시골 트럭 운전수가 되는 과정과 테레자라는 여자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무게는 점차 무거워지고,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사비나는 프란츠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유를 찾아 떠난다. 자신을 누르고 있던 프란츠라는 삶이 떠나던 시기의 그녀에게는 참을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며, 그것이 그녀가 삶을 대하던 태도였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참을성이 없었던것에 대해 후회하고 우울증 까지 오게 된다.






사비나는 떠났고 토마시는 남았다. 그러나 누가 옳고 그른건 없다. 사비나는 떠났지만 처음에는 자유로움을 느꼈고, 가끔은 자신에게 참을성이 없던 과거를 후회했다. 토마시는 남았지만 가끔은 불안정한 삶이 있었고 이내 안정적인 시기도 보낼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하는 삶이란 그런것이다. 영원한 행복이 없을 뿐더러 영원한 절망도 없다. 선택의 갈림길에는 언제나 행복과 불행이 함께 서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삶에 태도에 있어서 누가 맞고 옳은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대하는데에 있어서 가치관 차이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것을 참고 받아들이느냐, 피하느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린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생에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모든것은 상대적이다" 라는 말인 것같다. 상대성을 인정하는 말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 하고 신의 농담인 것 같지만, 정답은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작가는 4명의 인물을 통해, 2쌍의 커플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응을 지켜본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답을 내려주기는 커녕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볼 뿐이다. 책은 그저 우리에게 방향을 던져주거나 제시해준다. 때문에 읽기를 멈추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추구하는 결론을 찾아 나서는 것이 삶을 현명하게 살아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요구되어진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난해한 말들이 많고 시대적 배경까지 이해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운 책이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좀 더 많은 생각과 지식을 가지게 되면 꼭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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