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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by 마스터누누 2017.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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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대부분의 괴상한 제목을 가진 소설은 둘 중 한가지인 경우가 많았다. 깊은 의미가 담겨 있거나, 아무 의미가 없거나. 시계 태엽 오렌지라는 책을 집어 들었을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이상한 이름은 책으로 먼저 접하지 않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동명의 영화가 워낙 유명해서 많이 들어 봤지만, 원작이 소설이었다는 것은 몰랐었다. 그래서 그런지 도서관에서 본 익숙한 제목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가게 된 것 같다.


소설은 크게 3부로 나뉜다. 먼저 1부는 주인공인 알렉스가 자신의 패거리와 함께 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강도는 물론이고, 마약에 취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심지어는 남의 집에 침입하여 와이프를 강간한다. 하룻밤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그 행태가 잔인무도해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눈살이 찌푸려진다. 알렉스와 친구들은 이렇게 나쁜짓을 저지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며, 오히려 경찰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등의 교활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한 노파의 집에 침입해 그녀를 죽이는데, 자신의 패거리들의 배신으로 알렉스는 경찰에게 잡히게 된다. 이 후 재판에서 14년 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2부는 복역한지 2년이 되는 시점에서 부터 시작한다. 알렉스의 본성이 교활하고 폭력적이며,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도소에서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적응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거짓말로 교도관의 환심을 얻고, 자신의 동료들의 계획을 밀고함으로써 감방 생활을 편하게 함과 동시에 형기를 단축 시키려고한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 들어온 수감자와 말다툼 끝에 집단 린치로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감방 동료들에게 또 배신을 당해 '루드비코 요법'의 대상자가 된다.




이 소설 속의 '루드비코 요법'이라는 것은 파블로프의 개 처럼, 폭력적인 상황에 대한 구토와 메스꺼움등의 조건 반사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반사회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을 감소시킨다는 명목하에 '치료'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인간의 욕구를 억제하는 비윤리적인 실험이었다. 어쨌거나 이러한 '치료'가 잘 먹힌 덕분에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면 좋지 않은 증상이 동반되었고, 교도소에서는 교화가 완료되었다는 판단하에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며 알렉스를 석방한다.


이어서 사회에 나온 알렉스의 모습으로 3부가 시작된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알렉스는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에 하숙생을 받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다시 집을 떠난다. 그러고 자살하는 방법을 찾기위해 도서관을 뒤지던 중 1부에서 자신이 구타했던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알렉스에게 분노했고 때문에 도서관에서 집단으로 린치를 받는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서 온 경찰마저 자신을 배신한 패거리였고, 인적이 드문곳으로 끌려가 다시 구타를 당한다. 이후에 그는 간신히 지친 몸을 이끌고 근처 민가에 도움을 요청한다.


불행은 끝이 없었다. 알렉스를 따뜻하게 맞아준 남자는 이전에 자신이 원고를 찢고 와이프를 강간했던 그 남자였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남자는 알렉스를 정부의 희생양으로 바라봤고, 정치인들에게 알렉스를 소개시켜준다. 정치인들은 알렉스를 아파트로 데리고가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지만, 잠든 사이에 켜진 교향곡으로 인해 또 다시 고통을 받고, 결국 알렉스는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다.이로 인해 여론은 정부의 비윤리적 태도에 불이 붙었고, 알렉스는 다시 역조건반사 치료를 통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된다.


몇 년 후, 처음과 같이 네 명의 패거리가 작당을 하고 비행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 날따라 기분이 내키지 않던 알렉스는 집으로 향하던 길에 옛 동료인 피트를 만난다. 아이 티를 벗고 벌써 결혼을 한 피트의 모습에서 알렉스는 철이 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후 독백을 통해 변화의 여지를 남기면서 소설이 끝난다.




"요즘 세상의 모든 놈들은 기계로 변해 버렸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사실은 과일처럼 자연스럽게 자란다는 거지"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은 여러가지지만 우선 제목에 집중해 보자.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이름은, 1부와 3부에서 아내가 강간당하고 세상을 뜬 남자가 쓰던 책의 제목이다. 1부에서는 알렉스가 이 책의 원고를 발견하고 비웃으며 찢어버리게 되는데, 3부에서는 남자의 집에서 다시 이 책을 찾아 읽어본다. 소설 속 책을 빌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는, 인간의 자유의지는 과일 처럼 자연스럽게 자란다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기능만을 하는 기계와 대비되는데, 기계를 '동작'시키는 것이 '시계 태엽'이다.


알렉스의 이야기와 비교해 보자면, 1부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던 알렉스가, 2부에서 교화 당해 본성을 억눌리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본성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억눌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계처럼 통제되고 억압된 삶에서 알렉스는 아파트에서 교향곡을 듣고, 고통에 못 이겨 창문밖으로 몸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서 역조건반사를 통해 치료가 완료되며, 베토면의 9번 교향곡 속에서 황홀함을 느낀다. 이는 자유 의지가 돌아온 인간이 느끼는 희열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과연 개인의 자유의지를 국가가 나서서 뺏어 버리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비록 악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미 여러 소설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가 소중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작가는 전쟁으로 인한 시대적 배경에서 이를 더욱 소중하게 느끼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자유 의지 이외에도 소설내에 장치라던가, 생각해야 할 포인트가 많았지만 일일이 다 서술하는 것보다 다시 한번 머리속으로 생각해 보는게 나은것 같다. 어쩌면 다양한 각도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는 게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책이나 영화들의 공통점 아닐까 한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있어 친구의 이야기를 듣듯이 쉽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큐브릭 감독의 영화도 너무 유명해서 각종 매체등에서 패러디 된 바가 있다. 늘 그렇듯이 책은 책 나름대로, 영화는 영화 나름 대로 매력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여운이 남은 만큼, 시간이 된다면 영화도 꼭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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